미국에서 일할 때, 저는 생크림보다 버터크림을 훨씬 더 자주 사용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안 머랭 버터크림(IMBC)은 거의 매일 만들다시피 했는데요. 생크림보다 리치하고, 일반 미국식 버터크림보다는 덜 달콤한 — 딱 클래식한 제과의 느낌을 주는 크림이었습니다.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크림이지만, 버터 온도 조절을 놓치거나 설탕 시럽을 알맞은 스테이지까지 끓이지 않으면 그 배치는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집니다. 게다가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드는 작업이라, 실패하면 비싼 버터를 통째로 버리는 셈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항상 긴장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런 저도 총 3~4번 버터크림을 망쳐본 경험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실패한 날에는 항상 공통점이 있었어요. 어딘가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버터크림이 왜 실패하는지, 어떻게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실패 원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버터크림에 대해 짧게 알아보겠습니다.
버터크림에 대하여
실패 원인을 알아보기 전, 버터크림에 대해 짧게 알아보겠습니다.
버터크림 종류
버터크림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 종류 | 특징 |
| 아메리칸 버터크림 | 버터 와 슈가파우더로 만드는 가장 간단하고 달콤한 미국에서 제일 흔하게 사용되는 버터크림 |
| 스위스 머랭 버터크림 (SMBC) | 달갈 흰자와 설탕을 중탕 후 휘핑한 뒤 버터를 투입해서 만드는 버터크림 |
| 이탈리안 머랭 버터크림(IMBC) | 설탕을 소프트볼 스테이지까지 끓인후 살짝 흰자를 휘핑할때 첨가한 후 버터를 투입해 만드는 버터크림 |
| 프렌치 버터크림 | 달걀 노른자를 기반으로 만든 가장 리치하고 황금빛이 도는 버터크림 |
| 독일식 버터크림 | 커스터드 크림에 버터를 넣은 부드럽고 가벼운 버터크림 |
미국 베이커리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단연 아메리칸 버터크림과 이탈리안 머랭 버터크림이었습니다.
웨딩케이크나 레이어 케이크에는 거의 IMBC를 사용했습니다.
버터크림 메인 재료
버터크림은 종류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료 | 설명 |
| 무염 버터 | 품질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지방 함량이 높을수록 크림이 더 부드럽고 안정적입니다. |
| 설탕 | 아메리칸은 슈가파우더, 머랭 계열은 그래뉴당을 사용합니다. |
| 물 | IMBC과 프렌치 버터크림의 설탕 시럽게 필요합니다. |
| 달걀 흰자 or 노른자 | 머랭을 형성하거나 커스터드 베이스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
| 바닐라 에센스 또는 기타 향료 |
풍미를 더하는 마무리 재료입니다. |
가장 중요한 재료는 역시 버터입니다. 온도 민감도가 높고, 크림의 질감 전체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버터크림 종류별 만드는 방법
아메리칸 버터크림
- 실온의 버터를 크리미해질 때까지 휘핑합니다.
- 슈가파우더를 조금씩 넣으면서 계속 휘핑합니다.
- 우유나 생크림을 소량 추가해 농도를 조절합니다.
-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마무리합니다.
가장 만들기 쉬운 버터크림이지만, 슈가파우더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우 달콤합니다.
현장에서는 컵케이크나 캐주얼한 케이크에 주로 사용했습니다.
계란이 들어가지 않아 실온 보관하기 좋습니다.
스위스 머랭 버터크림
- 볼에 달걀흰자와 설탕을 넣고 중탕으로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가열합니다 ( 약 71 ºC)
- 볼을 내려 단단한 머랭이 될 때까지 휘핑합니다.
- 머랭이 완전히 식으면 실온 버터를 한 조각씩 넣어가며 휘핑합니다
IMBC보다 과정이 간단해서 홈베이킹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중탕 온도만 잘 지키면 실패 확률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이탈리안 머랭 버터크림
- 설탕과 물을 냄비에 넣고 소프트볼 스테이지 ( 118 º ~ 121 ºC)까지 끓입니다.
- 동시에 달걀흰자를 부드러운 머랭 상태까지 휘핑해 둡니다.
- 끓인 시럽을 흰자에 천천히 부으면서 계속 고속으로 휘핑합니다.
- 머랭이 완전히 식고 윤기가 날 때까지 계속 휘핑합니다.
- 실온 버터를 한 조각씩 넣으며 크림화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었던 버터크림입니다.
덜 달고 안정적이어서 대형 케이크에 제격이지만, 설탕 시럽 온도와 버터 투입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저도 이 두 가지를 놓쳐서 몇 번 망친 적이 있습니다.
프렌치 버터크림
- 설탕과 물을 냄비에 넣고 118 º~121 ºC까지 끓입니다.
- 달걀노른자를 볼에 넣고 연한 미색이 될 때까지 휘핑합니다.
- 끓인 시럽을 노른자에 천천히 부으면서 고속으로 휘핑합니다.
- 혼합물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계속 휘핑합니다.
- 실온 버터를 한 조각씩 넣으며 부드럽게 마무리합니다.
노른자 기반이라 색이 황금빛을 띠고, 다섯 가지 중 가장 리치한 맛을 냅니다.
무스 케이크나 고급 디저트에 잘 어울립니다.
독일식 버터크림
- 우유, 설탕, 달걀, 전분으로 파티시에 크림을 만듭니다
- 커스터드를 완전히 식힙니다.
- 실온 버터를 충분히 휘핑한 뒤, 식힌 커스터드를 넣어가며 섞습니다.
다른 버터크림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커스터드 베이스 덕분에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입니다.
버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덜 느끼하게 느껴집니다.
실패한 버터크림 | 증상별 원인과 해결법
버터크림의 기본을 알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실패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버터크림이 실패하는 형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각 증상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내 크림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터가 분리되어 울퉁불퉁하다
어떤 상태인가요?
크림 안에 버터 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기름이 겉돌며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상태입니다.
주요 원인
버터가 너무 차가운 상태에서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SMBC, IMBC, 프렌치, 독일식 버터크림처럼 머랭이나 커스터드에 버터를 넣는 방식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버터가 차가우면 머랭 안에서 녹지 않고 덩어리째 박혀버립니다.
해결법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볼 바닥을 뜨거운 물에 살짝 대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볼 옆면을 가볍게 가열하면서 계속 휘핑하면 자연스럽게 합쳐집니다.
처음 이 상태를 마주쳤을 때 저도 패닉 했습니다. 크림이 두부처럼 뭉글뭉글해지는 걸 보며 "이건 망했다"라고 생각했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휘핑했더니 어느 순간 마법처럼 매끈하게 합쳐졌습니다.
버터크림은 과정이 있습니다.
멈추지 마세요.
텍스처 없이 흐물거린다
어떤 상태인가요?
크림이 퍼지지 않고 흘러내리거나, 스패츌러로 잡히지 않을 만큼 무른 상태입니다.
주요 원인
버터가 너무 따뜻한 상태에서 사용된 경우입니다.
버터크림은 유화(emulsification)로 구조를 유지하는데, 버터가 녹아있으면 유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IMBC나 SMBC에서 머랭이 충분히 식지 않은 상태에서 버터를 투입했을 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해결법
볼을 냉장고에 10~15분 넣어 온도를 낮춘 뒤 다시 휘핑합니다.
머랭 기반 버터크림이라면 볼 바닥을 얼음물에 대고 식히면서 휘핑을 지속하면 효과적입니다.
제가 실패했던 날들을 돌이켜보면, 항상 이 원인이었습니다. 머랭이 아직 따뜻한데 버터를 넣고 싶어서 서두른 것이죠.
급할수록 돌아가야 합니다.
스프레드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어떤 상태인가요?
크림이 딱딱하게 굳어 케이크에 바르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스패츌러로 펴도 잘 펴지지 않고 케이크 시트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주요 원인
크림 자체가 너무 차갑거나, 아메리칸 버터크림의 경우 슈가파우더 비율이 너무 높을 때 발생합니다.
또한 냉장 보관 후 바로 사용하려 할 때도 이 증상이 나타납니다.
해결법
크림을 실온에 잠시 꺼내두거나, 볼 바닥을 따뜻한 물에 살짝 대고 저속으로 휘핑해 온도를 올려줍니다.
아메리칸 버터크림이라면 우유나 생크림을 소량 추가해 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단, 너무 많이 넣으면 묽어져서 텍스쳐가 없어지니 조금씩 추가하세요.
크림 안에 액체가 생긴다
어떤 상태인가요?
볼 바닥이나 크림 사이사이에 물기가 고이는 상태입니다.
크림과 액체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요 원인
IMBC에서 설탕 시럽을 충분히 끓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소프트볼 스테이지(118~121°C)에 도달하지 않은 시럽은 수분이 과하게 남아 있어, 머랭과 버터가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분리됩니다.
SMBC에서는 중탕 온도가 낮아 설탕이 완전히 녹지 않았을 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해결법
이 경우는 안타깝게도 회복이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요리용 온도계를 사용해 시럽 온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입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소프트볼 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끓인 시럽을 한 방울 얼음물에 떨어뜨렸을 때, 손가락으로 굴려서 말랑말랑한 공 모양이 만들어지면 소프트볼 스테이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저도 온도계 없이 작업하던 시절엔 이 소프트볼 테스트에 의존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캔디 온도계를 설탕 시럽에 넣었다 빼면 씻기가 너무 귀찮아서 안 쓰게 된 이유가 컸습니다.
처음엔 얼음물 컵을 옆에 두고 소프트볼 테스트를 자주 했지만, 많이 하다 보니 설탕이 끓는 모습만 봐도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수증기가 줄어들고, 기포 사이즈가 줄어들고 일정해지면 소프트볼 스테이지가 거의 다 왔다는 신호입니다.
조금 단단한 소프트볼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크게 실패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온도계를 쓰면 가장 정확하지만, 이 감을 익혀두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정리 | 버터크림 실패를 막는 체크리스트
☞ 버터는 반드시 실온(18~20°C)으로 준비한다
☞ 설탕 시럽은 반드시 온도계로 118°~121°C 에 도달했는지 확인한다, 아니면 얼음물로 소프트볼 테스트를 실행한다.
☞ 머랭 또는 커스터드는 완전히 식힌 뒤 버터를 넣는다
☞ 버터는 한 조각씩 넣는다
☞ 분리되어 보여도 휘핑을 멈추지 않는다
☞ 냉장 보관 후에는 실온에 꺼내 두었다가 사용한다
버터크림은 한번 손에 익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서두르면 반드시 망합니다.
저의 3~4번의 실패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버터크림을 만들 때는 시간에 여유를 두고, 서두름 없이 차근차근 작업한다면, 실패 원인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도계를 믿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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